희열이란 무엇인가 — 타인의 인정 없이도 충만한 순간

타인의 박수가 아닌, 나의 떨림으로

가끔 연주를 마치고도 박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대신 내 안에서 아직 가라앉지 않은 울림이 더 크게 진동한다. 악보 위를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지나갈 때, 누구의 기대를 채우려는 마음은 사라지고, 오직 내가 듣고 싶은 소리만 남는다. 그 순간 느껴지는 짧은 숨막힘과 전율, 그게 내가 중독된 진짜 희열이다.

그림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다. 화면 속 ‘좋아요’ 숫자를 떠올리며 그리면, 색이 한 번에 탁해진다. 하지만 새벽의 창가에서, 아직 마르지 않은 물감 냄새를 맡으며 캔버스와 마주하면, 세상과 나 사이의 문이 조용히 닫힌다. 선 하나, 색 한 겹이 쌓일 때마다, 마치 내 안에 비어 있던 방이 조금씩 가구를 찾아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는 내 음악이, 내 그림이 별거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다. 창작은 결과물이 아니라, 내가 나를 온전히 믿어주는 몇 분의 시간이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대단한 자신감이 아니라, 매번 불안해도 다시 내 목소리를 선택하는 작은 고집에서 온다. 타인의 인정이 사라져도, 나의 표현이 남아 있다면, 나는 이미 충분히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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