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차 안에서 태어난 멜로디들
운전대를 잡고 도로 위에 올라서는 순간, 내 안의 메트로놈이 먼저 속도를 조정한다. 신호가 초록으로 바뀌고 차가 앞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면, 엔진의 진동과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스치는 소리가 가장 먼저 템포를 정해준다. 80km를 넘기지 않은 저녁 국도에서는 대개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가 떠오르고, 고속도로의 매끄러운 직선 위에서는 자연스럽게 업템포의 리듬이 형성된다. 창밖 풍경이 뒤로 밀려날수록, 나는 그 속도감을 음계로 번역하는 일에 몰입한다.
전조등이 길게 그어 놓은 빛의 터널을 지날 때면, 한 음씩 조심스레 건너뛰는 피아노 선율이 떠오른다. 와이퍼가 유리창을 쓸어내리는 리듬은 의외로 좋은 하이햇 패턴이 되고, 깜빡이 소리는 싱커페이션으로 변주된다. 특히 비 오는 날, 창밖 가로등이 물 위에 번지는 모습을 지나칠 때면, 코드 진행도 함께 흐려졌다가 다시 또렷해진다. 그 순간 나는 가사보다 먼저, 빛의 농도와 노면의 질감을 화성으로 옮겨 적는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의 미세한 앞으로의 쏠림조차, 마치 프레이즈의 쉼표처럼 느껴진다.
가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곡이 배경을 채우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위에 내 멜로디가 조용히 겹쳐진다. 창밖 산등성이의 윤곽, 다리 위를 건너는 순간의 가벼운 부유감,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의 짧은 정적이 모두 한 곡의 인트로, 브리지, 아웃트로가 된다. 도착지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서두르지만, 나는 마지막 코러스만큼은 꼭 머릿속에 단단히 저장해 둔다. 엔진을 끄고 나서야, 방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침묵이 차 안을 채운다. 그때 비로소, 방금 달려온 길과 풍경과 속도감이 한 곡의 음악으로 응고되었다는 것을, 조용한 흥분으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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